증오의 정치 산문

정치판이 수상하다. 그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요즘 더욱 심하다. 다소 경멸적으로 씌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정치판이 놀랍고 안타깝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언어적 표현이나 서술적 담론들에 드러난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이며 폭력적인 행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 것 같다.

오늘의 정치판에 오가는 구호나 주장이나 진술들은 거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명제이거나 개인적인 감정의 분출, 혹은 집단적 증오의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 과거의 구호나 주장들이 차라리 고전적이고 순수하고 품격 있는 표현들로 격상되고 있다. 골방도 아닌 교회에서 대통령을 향해 이, , 저에 x을 붙이고 청와대를 폭파하자고 소리치며 한센병환자에 비유한다. 달창이나 문노스는 그 유래가 매우 어려운 비속어의 조합으로 모두 대통령을 비하하는 은어이다.

언어가 의미전달이 아니라 살상무기로 둔갑하고 있다. 계층이나 학력,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거칠고 폭력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또한 놀랍다. 이렇듯 증오에 기초한 정치판의 언어폭력 현상은 지금 우리 사회의 비속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한 시대의 언어나 문학 작픔은 그 시대의 사회적 현상을 그대로 담보한다. 언어적 어투는 사회적 어투를 닮기 마련이다.

언어적 현상과 사회적 현상의 상호성은 수많은 문학적 사례와 그 해석적 근거에서 입증된다. 외적의 침범이 잦았을 때나 전쟁을 겪은 후에는 문자생활에 변화가 왔둣, 식민체제가 심화되던 때에는 유독 역사소설이 유행했다. 탄압과 감시는 이 땅의 작가들에게 현실 문제를 포기하고 과거의 속으로 스며들게 했다. 식민시대의 작품들에 나타난 비유와 상징, 풍자와 아이러니와 같은 문학적 표현의 풍요로움은 정치탄압과 시대적 억압이 낳은 결과였다. 직설이 허락되지 않은 억압된 사회, 군부 독재 하에서의 언어적 탈출구가 상징이나 기호 우화나 암호였음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처럼 문화적 어투와 사회적 어투의 상호성은 그 정도나 방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명제일 것이다. 사회적 담론이나 문학적 묘사가 한 개인의 재능이나 개성의 표현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듯이 그 또한 그들이 속해있는 집단의 자화상이라는 논리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시대의 언어는 그렇다 아니다의 논의를 떠나버린 하나의 폭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화자와 청자의 마주침이나 주고받음이 아니라 다만 화자만이 일방적으로 존재한다. 언어는 진실을 감추거나 위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존재하며 정치적 동맹이나 조약은 원활한 파기를 위한 예비 장치로 존재한다.

독재자의 후예가 누구인지, 통합을 위한 사례가 어떻게 분렬의 사례로 오도되는지를 되물어야 하는 오늘의 정치판의 저급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이미 우리가 거쳤던 전쟁과 항쟁과 혁명의 체험이 가져다 준 환멸 때문인지도 모른다. 6.25 전쟁은 우리에게 인명살상과 폐허보다 더 깊고 높은 사상적 멍에를 씌워주었으며, 4.19의 환희는 5.16의 쿠데타로 이어졌으며 6.10항쟁은 합법적군사정부를 헌납했고 민주 참여정부는 부패와 무능 정권으로 이어졌다.

폭력과 혐오의 언어로 치닫는 오늘의 증오의 정치 행태는 촛불혁명의 어떤 후유증에서 말미암은 것인지도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악과 싸워야 하는 혁명의 본질을 정면으로 위반한 쿠데타세력이나, 항쟁과 폭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신군부 옹호 세력들의 역사부정은 새로 등장한 적폐이다.

현대사회가 아무리 민주화, 세속화, 개체화를 추구하고 그쪽으로 변화해 간다고 해도 그것으로 오늘의 정치판의 천박성이나 폭력성을 설명해 줄 수 없다. 적절한 비유나 풍자는 경이롭지만 걸러지지 않은 욕설이나 어휘의 나열은 폭력이다. 표현적이지 않은 담론이나 명제는 비문이다. 새로운 이념이나 정치질서의 등장을 두려워 하는 세력들을 경계해야 한다. 내일신문, 2019.6.10


덧글

  • 소드피시 2019/06/10 21:54 # 삭제 답글

    아하 이 도식에 따르면 저는 적폐겠군요. 자유주의를 저해하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반대하면 적폐라니 참 편리한 구분이네. 하 참 증오를 누가 말하는지 모르겠네 진짜.
  • NET진보 2019/06/14 14:47 #

    자신들은 논리와 언어는 모두 선하다라는게 이런 분들의 기초죠.
    사회가 격렬하게 나위고 경열적 표현이 정치적으로 격렬해진때가
    노무현의 증오의 정치가 주류로 부상하면서였는데
    그걸 기억못하고이제와서 저런소리를 하는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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