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중, 상처의 옹호 갤러리

 윤길중, SeeSaw bo 19-heels, 45x45cm, 2018

윤길중의 사진전 오브제 -소멸과 재생이 대구(루모스,2019.6.15-7.14)와 서울(류가헌, 8.6-18)에서 잇달아 열린다. 이 전시는 지난 봄 강원도 고성 일대의 산불이 창작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번에도 바람을 타고 산과 마을을 할퀴고 지나간 재난의 흔적들에 주목했다타버린 숲과 마을, 일상의 열락과 평화의 동반자였던 집과 생활도구들의 훼손되고 왜곡된 모습, 주인 잃은 집기와 애장품들작가는 그 불행한 오브제들에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재해로 수명을 다한 사물들의 모습들은 그러나 작가의 위무의 앵글 샷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호출, 재현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일관되게 헐리고 무너진 집터나 황폐한 공간들을 주목했다. 휘어지고 부러진 나뭇가지, 꺾이고 시들어버린 한 송이 꽃, 쓰러져가는 돌담 사이의 이끼, 무너져 내리는 벽의 균열과 그 사이의 곰팡이 같은 마모되고 스러져가는 일상의 소멸, 파손, 훼손, 왜곡들에서 자신의 심미적 오브제들과 만난다.

그의 작업은 현재의 형국에서 과거의 이미지나 본질을 기억하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 보는 것과 보이는 것들 사이에 숨어있는 사물의 존재의미나 가치를 묻는 작업으로서의 프린트와 리프린트를 반복한다.

작가의 가난과 병고 체험이 그의 심미적 이상에 가담했으리라 짐작하지만 그가 형상화해 낸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대는 주목받아 마땅하다. 특히 훼손 왜곡된 육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카메라의 눈은 이미 기법적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 이 작가의 세계인식이 인간에 대한 존엄에 기초해 있다는 것은 이미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아름답다(2015)전에서 확연히 보여주었다. 장애를 지닌 이들의 왜곡 훼손된 육체와 삶이 보여준 화해와 조우, 슬픔과 환희의 뒤엉킴들은 아름다웠다.  

이번 전시에 걸린 타버린 붉은 구두 한 짝은 거칠게 마모되어 배열된 검은 부장물의 색조와 잘 대비되어 있다. 프린트와 리프린트가 교직된 바탕 위에 놓인 적과 흑의 외짝 신발은 그 검은 색의 절망과 진홍빛 정념이 극명히 대비되면서 상황의 비극성을 고조시켜준다. 작가는 타버린 구두 주인의 행방이나 그와 함께 그 구두가 걸어온 길에 대한 상상의 공간까지도 넉넉히 마련해 주고 있다.

훼손 왜곡된 형과 색은 자연스럽게 그 이전의 피사체의 꿈의 형상들을 기억하게 해 준다인간과 사물들의 장애나 상흔들에 대한 옹호는 결국 드러난 형국보다는 기억해야 할 가치들에 대한 희구일 것이다. 윤길중의 사진들은 바라보기보다는 읽어내기에 좋은 것들이며 아파하다가 마침내 동행하게 되는 치유의 방식이다. 그가 찍은 것은 결국 모든 본래적인 것들에 대한 우리들의 원망이다. CULTURA, 2019.07



덧글

  • 2019/07/24 14:14 # 삭제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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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6 07:58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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